밤이 깊어지고 달은 드문드문한 오동나무 가지에 걸렸다.
이척계(李尺溪)는 벌떡 눈을 떴고, 옆을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버지 이경야(李耕野)가 의자에 단정히 앉아 《접인술(接引术)》이 적힌 낡은 천을 손에 들고 차분히 읽으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버지, 지난 두 달 동안 그 법결은 이미 줄줄 외웠습니다.” 이척계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마침 입하 절기라 좋은 기회니, 아들이 한번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가거라.”
이경야는 찻잔을 내려놓고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척계는 기뻐 날뛰었고, 곁에 있던 세 형도 얼굴 가득 기대감을 드러내며 부지런히 일어나 거들었다. 여러 사람이 분주히 움직이며 향을 피우고 손을 씻고, 또 뜰 한가운데 제단을 하나 차렸다.
이경야는 표정을 엄숙하게 가다듬고, 그 오래된 거울을 은밀한 곳에서 꺼내 며칠 전 직접 조각한 용이 새겨진 거울 받침 위에 안치했다. 제단 앞에 향 아홉 자루를 피우고 제철 과일을 차려 정성을 표했다.
육심연(陆沉渊)은 거울 속에서 이 광경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향을 피우고 과일을 공양하는 이 진풍경은 마치 자신이라는 이미 옛날에 죽은 망령을 제배하는 것 같았다.
제단 앞에서 이척계는 의관을 정돈하고 삼배구고의 대례를 올린 뒤,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여 고개를 낮추고 눈썹을 내리며 공손히 높은 소리로 외쳤다.
“이씨 문인 이척계, 현명(玄明)의 묘법을 공손히 맞이하며 사명(司命)으로 신안을 편안히 하고 대도에 귀의하나이다.”
“반드시 부지런히 수행하여 맹약을 저버리지 않고, 부록(符籙)을 따라 진리에 돌아가 몸은 태음(太阴)으로 돌아가리이다.”
말이 떨어지자 이척계는 심신을 비우고 법결의 인도에 따라 주천(周天)을 운행하며 자연의 태화(太和)한 기운을 여러 차례 받아들였다.
동시에 육심연은 생각을 일으키자, 원래 고요하던 거울 표면에 삼삼한 잔물결이 일고 빛이 넘쳐흘러 물결이 출렁이는 듯했다.
“움직였다! 정말 움직였다!”
이경야 일행은 이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제단 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응시했다.
보니 푸르스름한 회색을 띤 고대 거울에서 낮은 웅웅거리는 소리가 났고, 이어 거울 표면 위로 갑자기 하얀 구슬 하나가 솟아올랐다. 그 구슬은 둥글고 매끄러웠으며 온통 희빛이 번쩍여 순식간에 온 뜰을 창백하게 비추어 여러 사람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부셨다.
이척계는 뇌리에 ‘ ‘ 하는 큰 소리와 함께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고, 이어 위엄 있고 두터우며 마치 먼 옛날에서 온 듯한 소리와 신념(神念)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제 이씨족인이 잡념을 씻고 과실을 끊으며 악원을 베었으니, 특히 현명의 묘법을 내려 도업을 열게 하고 범을 벗어 성에 들게 하나니, 시종여일(始終如一)하여 먼저 계록(戒籙)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진도를 증명하리라. 《현음전륜경(玄陰轉輪經)》 한 권과 금광주(金光咒) 한 도(道)를 내리노라.”
이척계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반가부좌하고 앉았다. 그 하얀 구슬은 공중에서 호를 그리며 곧장 그의 상단전(上丹田)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크게 떨리며 머릿속에 밀려든 복잡한 정보에 휩쓸렸다.
그 하얀 구슬은 법결을 전한 뒤 상단전 안에서 가볍게 한 바퀴 돌고 경락을 따라 흘러 마침내 하단전(下丹田)의 기해혈(氣穴)에 단단히 자리 잡았다.
이경야 일행은 그 현주(玄珠) 영종(靈種)이 이척계의 정수리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마음을 졸였고, 긴장과 기대 속에 이척계가 반가부좌로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지켜보며 새벽까지 지켰다.
잔달이 서쪽으로 기울고 아침 해가 동쪽에서 솟아오를 때쯤, 이척계는 드디어 온몸을 살짝 떨며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것은 근심과 걱정으로 가득한 얼굴들이었고, 아버지와 형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아버지! 형님들! 현주 영종을 얻었고, 이제 수선(修仙)의 문에 들어선 셈입니다!” 이척계는 흥분하여 벌떡 일어나 아버지에게 달려들어 이경야를 꽉 끌어안았다.
이경야는 득의양양하여 아들을 안고 한 바퀴 돌렸고, 이통암(李通岩) 일행도 긴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환희가 떠올랐다.
“법결 하나를 얻었는데, 이름은 《현음전륜경》이라 합니다.”
이척계가 말하며 법결의 강목을 외려는데, 갑자기 기해혈 속의 하얀 구슬이 가볍게 뛰더니 순식간에 목이 쥐어진 듯 소리가 나지 않고 입만 벌벌거렸다.
그는 크게 놓라 본능적으로 입을 막고 숨을 고른 뒤 조심스럽게 불렀다.
“아버지?”
다시 말할 수 있게 되자 이척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믿지 않아 다시 마음속으로 법결 강목을 외려 했으나, 아무리 마음속으로 외워도 글자가 형성되지 않고 마치 금제된 듯했다.
“이 선법은 써도 못 쓰고 읽어도 못 읽는다니, 정말 신기하군요.” 이척계는 표정을 살짝 바꾸며 난처한 기색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