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눈 깜짝할 사이에 제국의 수도는 삼월이 되었다. 따뜻한 바람에 나들이객이 취기에 빠진다. 복숭아꽃은 붉고 버들나무는 푸르며, 버드나뭇잎이 하늘을 뒤덮는다. 영월교(映月橋) 기슭에는 귀족 여성과 나들이 손님이 끊이지 않아 명화를 감상하고 벗을 사귀며, 거리의 호화로운 마차와 달리는 초승이 먼지를 일으켜 제국의 수도를 화려하게 꾸며주고, 봄기운이 가득하다. 나들이하는 행각객이 많아지면서 '벽파기'가 매우 잘 팔렸다.육리(陸離)는 그 한 통씩의 약음을 보물장치처럼 쌓아 회춘의관(回春醫館) 가장 앞쪽의 느릅나무 책상 위에 놓았고, 청란(靑鸞)에게 글씨 한 폭을 써달라고 하여 그 책상 뒤의 분백(粉壁) 위에 걸게 했다. 약을 사러 오는 수묵객들이 의관에 들어서면 약음(藥飮)을 보기 전에 먼저 그 뒤의 글씨에 눈길을 빼앗기는 일이 자주 있었다. "무연에 한가히 앉아 나그네 저절로 오고, 한 잔의 새 차를 달여 맛본다. 숲향한 송이가 봄을 맞이가 먼저 피고, 따뜻한 바람과 가늘 비에 꽃잎 날린다."누군가 의관 문 앞에 서서 벽 위의 시구를 낭송하다가 "좋은 글씨!"라며 찬사를 금치 못했다. 육리가 눈을 들어 바라보니, 유생 복식의 중년 남자였다. 머리에 복건을 쓰고, 희끗하게 표백된 장색 직단(直裰)을 입었는데 옷 팔꿈치 부분에 보풀이 거뭇하게 패어 있다. 이 남자는 다소 어색한 듯 얼굴이 붉어지며 약柜 앞의 육리에게 물었다. "저, 이 곳에서 통규약음(通竅藥飮)을 파시나요?" 육리는 말이 많지 않았다. 그냥 그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