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이 희미하게 비치고, 영월교 아래 흐르는 물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지난밤 급작스러운 비가 제경(帝京)의 먼지를 씻어냈고, 강가의 버드나무 꽃가루도 적지 않게 떨어뜨렸다. 붉은 꽃잎과 진 꽃가루는 물결을 따라 떠내려가 방축 근처에 뭉쳐 있었다.
청란(青鸾)이 동그릇을 들고 물을 길으러 내려갔다가 마침 카운터에서 주판을 튕기고 있는 주인을 마주쳤다. 그녀는 생긴 것도 반반하고 입이 달라서 평소에 객잔에서 인기가 많았다. 주인은 그녀인 것을 보고는 손에 있던 일을 멈추고 웃으며 말했다. "청란 아가씨, 이렇게 일찍 일어나셨소?"
청란은 입술을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 "네, 아침 일찍이 시원할 때 하려고요."
주인은 계단 쪽을 힐끔 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댁의 아가씨는 어젯밤 뒷주방에서 삼경(三更)까지 불을 끄지 않고 분주하게 일하셨더군. 자네는 마음 쓰는 사람이니 많이 말려야 해. 몸은 자기 자신의 것인데, 상해서야 어떡하겠나."
청란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육리(陆离)의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 며칠 전 육리는 그녀에게 돈을 주어 생약 시장에서 생쑥잎을 사오게 했고, 또 객잔의 주방을 빌려 약재를 포제(炮制)했는데, 이 일이 한밤중까지 이어졌다. 주인은 말로는 걱정했지만, 눈빛 속에는 몇 가지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 약재 포제는 정교한 기술이라 조금만 실수해도 약성을 망치기 십상이다. 성 안의 당(堂)에 앉아 있는 의원들도 가끔 실수하는데, 육리 같은 젊은 처자가 어떻게 홀로 해낼 수 있겠는가.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청란은 그런 얕잡아보는 눈빛을 못 본 척하며 주인과 몇 마디 인사를 건네고는 물을 담아 방으로 올라갔다.
문을 열자 방 안에는 옅은 약향이 감돌고 있었다. 육리는 책상 앞에 앉아 볶아 만든 약탄(藥炭)을 흰 종이에 정성스럽게 싸고, 굵은 붉은 실로 꼼꼼하게 묶은 뒤 곁에 있는 나무 상자에 조심스럽게 넣고 있었다.
"아가씨?"
육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나 옷소매를 여미며 말했다. "가자."
객잔을 나서니 밖은 이미 대낮이었다. 아침 햇살은 따갑지 않고, 솜털 같은 광채가 몸을 감싸 가벼운 따스함을 전했다.
제경의 아침은 언제나 한가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사방에 찻집이 즐비하고 거리에는 다방이 흔해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부채를 흔들며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어렵잖게 볼 수 있었다. 멀리서는 이원(梨園)의 가락이 은은하게 들려와 번화한 제도를 더욱 흥겹게 만들었다.
"제경은 좋긴 좋아요." 청란은 뒤따르며 속삭였다. "그런데 물건이 너무 비싸서, 이런 돈 구덩이에서는 은자가 물 흐르듯 빠져나가요."
육리는 침묵했다.
운이(云姨)가 죽기 전, 상자 속 의서를 모두 시신과 함께 불태우라고 했고, 남은 은자는 그녀에게 남겨주었다. 하지만 그 몇 년간 운이는 돈을 물 쓰듯 했고, 번 돈은 곧바로 새 약재를 사는 데 썼다. 육리가 운이의 장사를 치르고 나니 손에 쥔 것은 얼마 남지 않았다.
청하현(清河县)으로 돌아가고 다시 제경으로 들어오는 수행 비용도 적지 않았다. 청란이 며칠 전 몰래 계산해 본 바에 따르면, 약초 사는 돈을 제외하면 남은 은자로는 빠듯하게 반 달 정도만 더 머물 수 있었다.
많아야 반 달이 지나면, 아직도 갈 곳이 없다면 그들은 정말 빈손이 될 판이었다.
생각하는 사이 두 사람은 거리를 지나 번화한 긴 거리를 따라 걷다가, 골목 어귀를 돌아서자 눈앞에 한 의관(医馆)이 나타났다.
이 의관은 정비가 잘 되고 문면이 번쩍이는 상점들 사이에서 유독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가게는 좁고, 문 앞 계단에는 이끼가 끼어 있었다. 현판의 칠은 벗겨져 매우 낡았는데, 위에는 용비봉무하는 필치로 '회춘의관(回春医馆)'이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분명 좋은 위치에 있었지만 문면이 눈에 띄지 않아 지나가는 행인들은 바쁜 걸음에 이곳을 알아채기 힘들었다.
육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의관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의관 안은 더욱 황량했다. 정면에는 긴 탁자가 놓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