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ck
The "Gift Package" Left by Master · 챕터 2 — 제2장 진원초

읽기 설정

18px
챕터 2

제2장 진원초

밤이 깊어갔다.

낮에는 그나마 소란스럽던 청허관이 지금은 완전히 고요에 잠겼다.

스승이 떠난 후, 이 정적은 더없이 무겁게 느껴져 마치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듯했다.

제단 위의 장명등이 일렁이며 심지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희미한 노란빛이 진원초의 손에 들린 모서리가 닳은 장부와, 그 아래 깔린 편지를 비추었다.

소년은 방석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창밖에서 가끔 들려오는 벌레 울음소리와 숲을 스치는 산바람 소리를 벗 삼아 장부를 한 장 한 장 넘겼다.

[동령 마을 푸줏간 조 씨: 동지에 오겹살 8근 입수...]

[마을 서쪽 회춘당: 당귀, 숙지, 작약, 천궁, 복령...]

뒤로 넘길수록 기록은 더욱 세세했다.

[목수 장 씨: 대전 문지방 두 곳 수리...]

[미장이 노손 씨: 뒷마당 지붕 깨진 기와 30여 장 교체...]

이런 이름들은 진원초에게 대부분 익숙했다. 산 아래 마을에 사는 이웃들이었고, 장부에 적힌 것도 대개 사소한 잡동사니들이었다.

더 뒤로 넘기자 금전 거래 내역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3년 7월 16일, 향곤에게 6,000위안 차용]

용도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진원초는 속을 들여다보듯 환했다. 그해 칠월에는 장마가 쏟아졌고, 도관의 서쪽 담장이 오랜 방치로 무너져 내렸다. 비가 그친 지 며칠 되지 않아 새 담장이 세워졌었다.

[...]

[2018년 3월 6일, 임명에게 8,000위안 차용] 이 기록은 시기가 더 가까웠다. 진원초는 또렷이 기억했다. 그해 봄, 도관에 있던 낡고 해진 경전과 문방사우가 거의 새것으로 바뀌었었다.

매 건의 재정 기록이 명확했다. 용도는 적히지 않았어도 진원초는 눈을 감고도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말할 수 있었다.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대부분 몰랐지만, 다행히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나중에 갚을 때 연락할 곳은 있었다.

십팔 년을 함께하며 밤낮으로 모셨건만, 스승이라는 늙은이가 뒤에 이렇게 많은 인연을 쌓아왔을 줄은 몰랐다. 대개 오래된 인연들이려니 짐작된다.

진원초의 마음속에서 스승은 언제나 고집스럽고 완고한 노인이었다. 그런데 이 장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노인의 삶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끝까지 넘기니 날짜가 최근으로 이어졌다.

[2023년 8월 9일]

바로 지난주 일이었다.

[임명에게 학위 하나 차용, 2년간 학비 8,000위안]

진원초는 임명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대목을 보고 그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다. 마음이 복잡했다.

스승이시여, 스승이시여! 이번 먼길이 돌아오지 않는 길인 줄 알면서 크고 작은 일을 빈틈없이 마련해 두시다니!

두꺼운 장부에 빽빽이 적힌 것들이 거의 모두 진원초와 이 낡은 도관을 위한 것이었다. 이 많은 걱정을 짊어지고, 떠나는 구름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을까.

진원초가 일어나 장명등에 기름을 보태고 다시 앉아 스승이 남긴 마지막 편지를 집어 들었다.

편지 봉투를 쥔 손이 가볍게 떨렸다. 차마 뜯지 못하겠다. 이 편지를 다 읽고 나면 그 노인이 정말로 자신을 떠나버리는 것만 같아서였다.

망설이고 있는데 대전 밖에서 가벼운 부름이 들려왔다.

"야옹."

도관에 사는 늙은 검은 고양이였다. 평소에는 스승처럼 게을러서 사흘이고 나흘이고 모습을 감추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도복을 타고 기어올라 그의 품에 둥지를 틀었다.

스승이 제대로 된 출가자가 아니었듯, 이 고양이도 제대로 된 고양이가 아니었다. 까맣고 먹성이 좋아 뚱뚱했으니, 마치 도깨비가 된 석탄 덩어리 같았다.

진원초는 스승이 주워 온 아이였고, 이 고양이도 그러했다.

이름에도 '주울 습' 자가 들어 있어 '현묵'이라 불렸다.

스승이 이 '습' 자를 유독 좋아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진원초는 속으로 짐작했다. 어쩌면 그 노인은 글변통이 부족해 별난 이름을 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이로 따지면 고양이가 진원초보다 몇 살 더 많았다.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몰랐다. 다만 그와 고양이가 같은 해에 스승에게 주워져 산으로 들어왔다는 것만 알았다. 다만 그때 그는 갓난아기였고, 고양이는 이미 쥐를 잡을 수 있었다.

진원초가 검은 고양이의 턱을 긁어 주자 목에서 골골거리는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호박색 눈을 반쯤 감고 기분 좋아했다.

고양이 등을 쓰다듬으니 솔잎과 풀조각이 묻어 있었다. 분명 뒷산에 놀러 갔었다.

"설마 또 공양물을 훔쳐 먹었냐?"

"야옹."

"현묵아, 현묵. 이제 우린 서로 의지하며 살아야 해. 며칠 뒤면 나는 공부하러 산을 내려간다. 너도 같이 갈래, 아니면 남을래?"

"......"

검은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고 꼬리로 그의 손목을 감았다. 그 큰 눈으로 아직 뜨지 않은 편지를 바라볼 뿐이었다.

진원초가 깊이 숨을 들이쉬고 편지 봉투를 뜯었다.

편지지는 약간 누렇게 변해 있었다. 붓으로 쓴 글씨, 먹이 번진 모서리, 문어투의 문장들. 분명 글을 많이 배우지 못한 노인이 머리를 짜내어 쓴 것이었다.

[원초, 내 제자야. 글을 보거든 면목 있는 듯하렸